시장이 20리 30리 길이야. 갔다가 술 한 잔 먹고 오다가 중간에 자다가 가고 그 이튿날 오고 잘못하면 호랑이한테 물려도 가구 그래요. 그런데 한 영감이 술을 너무 좋아했는데 시장 갔다가 술에 잔뜩 취했어. 이제 고개를 넘어서 집에 오느라고 오는데 영 못 가겠거덩. 가만 보니까 빈집이 하나 있어요. 빈집 들어가서 한잠 자고 가야 되겠다 생각하고 들어가서 잠을 자는데 호랭이가 산을 슬슬 댕기다가 뭐 먹을 게 없나 하구선 빈집을 들여다 봤어.

“야 통통한게 살도 쪘는데….”

목에 침이 꿀꺽 넘어가는데

“야 요거 참 잘 만났다.”

하구선 들여다본께 술이 곤드레 돼서 코를 골고 자는데

“요거야 뭐 내거지.”

했어. 옛날 짐승은 술취한 건 못 잡아먹는다구요. 술 깨워서 잡아먹는대요. 어떻게 깨우느냐 하면 머리에다 축축하니 냉수를 축여주면 술이 잘 깨요. 옛날 범들 다 영리해. 범이 객가에 가서 꽁지로 물을 축여가지고서는 얼굴에다 푹 덮어놨다가 다 흘러 내려가면 또다시 꽁지를 축축 축여가지고 와선 얼굴에다 툭툭 친단 말야. 몇 번을 이렇게 하니 술이 깨지. 술이 깨서 본께 얼룩덜룩한 칡범이 꽁지를 가지구 물을 축여가지고 와선 이걸 하거든.

“어 이놈이 날 술 깨워서 잡아먹으려 하는구나. 됐다. 혼 좀 내야되겠다.”

하고 범이 꼬리로 툭툭치니 이빨로 악물고서 힘을 주어

“깨놈아”

했다. 암만 범이라고해도 맘 놓고 있다가 얼마나 놀랐겠어. 아 이놈이 화다닥 하면서 냅다 나가지. 그런데 나가면 죽는 거야. 그러다가 마침내 발이 문턱에 가 탁 걸렸어. 이렇게 하자 또

“깨놈아”

했거덩. 그러자 범이 밀려 들어 왔다가 또 화다닥 나가요. 또 들어왔다 화다닥

“깨놈아, 깨놈아”

이렇게 하니까 장단이 맞았어. 손맥이 풀렸다. 말로만 깨놈아 깬놈아 하니까 범이 저 혼자서 들락날락 들락날락. 그 다음에 깨놈아 소리를 바삐하는데 깨놈아 깨놈아 들락날락 들락날락. 범도 장단을 좋아하는지 들락날락 들락날락 하다가 그러다가 죽었어요. 세상은 다 힘이 약하다고 하더래도 살아가게 돼 있어요.

(제보자: 지성수, 용현1동, 남 75세)